탱고의 시작, 아브라소 Abrazo

 

탱고를 처음 배우는 분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요? 걷기일까요? 아니면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방법일까요?

오늘은 탱고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아브라소(Abrazo)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탱고는 소통하는 춤

아르헨티나의 마에스트로 Maestro 들에게 탱고를 한마디로 설명해 달라고 하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 중 하나가 꼬무니까시온 Comunicación입니다.

영어로는 커뮤니케이션 Communication, 우리말로는 소통이라는 뜻입니다.

탱고는 두 사람이 서로 소통하면서 만들어 가는 춤입니다. 다른 춤처럼 정해진 동작이나 패턴을 순서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움직여 볼까요?', '이번에는 저렇게 움직여 볼까요?' 하면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듯 춤을 만들어 갑니다.

물론 탱고에도 다양한 동작과 패턴이 있지만 반드시 정해진 순서대로 춰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어떻게 대화를 나눌까요?

말로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춤을 출 수는 없겠죠. 그렇다고 서로 떨어져서 보이지 않는 에너지로 대화할 수도 없을 테고요.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아브라소 Abrazo입니다.

아브라소, 서로를 안아주다

아브라소 Abrazo 는 스페인어로 포옹이라는 뜻입니다. 영어로는 엠브레이스 Embrace 라고 하는데, 단순히 안아준다는 의미뿐 아니라 포용하고 받아들인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탱고에서 아브라소는 단순히 상대방을 안는 자세가 아닙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두 사람이 함께 춤을 추기 위해서는 누군가 움직임을 제안하고, 다른 누군가는 그 움직임을 받아들여야겠죠.

이때 움직임을 이끄는 사람을 리더 Leader, 그 움직임을 따라가는 사람을 팔로워 Follower라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남성이 리더를, 여성이 팔로워를 맡는 경우가 많지만 반드시 성별에 따라 역할이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이제 아브라소를 만들어 볼까요?

아브라소는 어떻게 할까요?

먼저 리더는 왼손을 들어 손바닥이 바깥쪽을 향하도록 합니다. 팔로워는 오른손을 리더의 왼손에 포개어 서로 감싸 안아주는 느낌으로 잡아줍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팔꿈치의 방향입니다.

팔꿈치는 자연스럽게 바닥을 향하도록 하고, 서로 밀어내거나 팔을 지나치게 들어 올리지 않도록 합니다.

바깥에서 바라봤을 때 두 사람의 팔이 자연스럽게 W 모양을 만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두 사람이 잡은 손은 몸의 가운데에 위치하도록 하고, 높이는 대략 팔로워의 어깨에서 목 정도가 적당합니다.

다음으로 리더의 오른손은 팔로워의 등, 견갑골 아래쪽에 가볍게 올려줍니다.

팔로워의 왼손은 리더의 오른쪽 어깨 삼각근 부근에 올리고, 팔 전체를 자연스럽게 감싸 안아주듯 내려놓습니다.

이때 팔을 위로 들어 올리기보다는 상대방의 몸을 편안하게 감싸 안아준다는 느낌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하면 두 사람이 서로를 안아주는 아브라소가 완성됩니다.

아기를 안아주듯이

수업을 하다 보면 아브라소를 얼마나 강하게 해야 하는지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럴 때 저는 아기를 안아주는 모습을 떠올려 보라고 말씀드립니다.

아기를 안을 때 너무 세게 꽉 안지는 않겠죠? 그렇다고 너무 느슨하게 안아서 떨어뜨리지도 않을 겁니다.

아기가 편안하면서도 안전하게 안겨 있을 수 있도록 적당한 힘으로 감싸 안아줄 거예요.

탱고의 아브라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을 너무 강하게 잡거나 밀어내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렇게 아브라소를 만들면 두 사람의 몸과 팔 사이에 하나의 원이 만들어집니다.

이 원이 마치 훌라후프처럼 적당히 팽팽한 느낌을 유지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너무 느슨해서 형태가 무너지지도 않고, 너무 강하게 힘을 줘서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지도 않는 것이죠.

이렇게 만들어진 아브라소를 통해 두 사람은 서로의 움직임을 느끼고 대화를 나누며 춤을 추게 됩니다.

열린 아브라소와 닫힌 아브라소

탱고의 아브라소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오늘 배운 것처럼 두 사람 사이에 어느 정도 공간을 두고 안는 자세를 오픈 아브라소 Open Abrazo라고 합니다.

스페인어로는 아브라소 아비에르또 Abrazo Abierto, 열린 포옹이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두 사람이 몸을 가까이 붙여 안는 자세를 클로즈 아브라소 Close Abrazo, 스페인어로는 아브라소 세라도 Abrazo Cerrado라고 합니다.

실제 밀롱가(Milonga)에 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서로 가까이 안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 탱고를 배우는 분들에게는 이렇게 가까이 안는 자세가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발밑이 잘 보이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공간도 좁아지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죠.

하지만 탱고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닫힌 아브라소가 더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왕초보 첫 번째 시간이니 조금 더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는 오픈 아브라소부터 배워보겠습니다.

아르헨티나의 포옹 문화

아르헨티나에서는 서로 안아주고 볼에 입을 맞추는 인사가 일상적입니다.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남녀 구분 없이 가볍게 포옹하고 볼에 입을 맞추며 인사를 나누곤 합니다.

이러한 인사 문화를 베소 Beso라고 하는데, 스페인어로 키스라는 뜻입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 포옹은 우리에게 익숙한 악수처럼 자연스러운 인사 방법인 셈이죠.

반면 한국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을 안아주는 것이 아직은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가까이 안는 것보다는 서로에게 편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아브라소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늘은 탱고의 첫 번째 시간으로 아브라소, 그중에서도 열린 포옹인 아브라소 아비에르또 Abrazo Abierto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탱고는 두 사람이 소통하며 만들어 가는 춤입니다. 그리고 그 소통의 시작이 바로 아브라소입니다.

상대방을 편안하게 안아주고 서로의 움직임에 귀를 기울이는 것, 이것이 탱고를 시작하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소통을 위한 준비, 아브라소를 배워봤으니 다음 시간에 본격적으로 소통을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르헨티나 탱고를 추는 사람으로서 탱고를 탱고라 부르지 못하고 아르헨티나 탱고라고 불러야 하는 부분에 다소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탱고를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탱고와 아르헨티나 탱고의 차이를 먼저 설명하고 있습니다.

 

탱고면 탱고지 왜 아르헨티나 탱고라고 할까?

 

일반인에게 탱고라고 하면 빨간 장미를 물고 "빠밤빠빠"하는 정렬적인 음악에 목을 좌우로 흔들며 격력하게 추는 춤을 생각합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이 탱고는 컨티넨탈 탱고 Continental Tango 라는 댄스 스포츠의 한 장르입니다. 아르헨티나 탱고가 유럽으로 전파되어 좀 더 화려한 동작으로 발전하고 스포츠로 정형화된 춤으로 아르헨티나에서 처음 탄생한 탱고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는 춤이에요. 다만 댄스스포츠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이 되고 시장의 크기가 워낙 크다보니 대중에게는 아르헨티나 탱고보다 댄스 스포츠의 탱고가 더 알려진것 같습니다.

<댄스스포츠 컨티넨탈 탱고 시연 - 출처: 제주일보>

 

그렇다면 아르헨티나 탱고는 무엇일까요? 아르헨티나 마에스트로 Maestro(선생님 또는 대가라는 뜻의 스페인어) 분들에게 탱고를 한 단어로 정의해달라고 하면 가장 많이 하는 말씀이 꼬무니까씨온 Comunicación(영어로는 communication 즉 소통이라는 뜻의 스페인어)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합니다. 보여주기 위한 공연 목적에 가까운 댄스 스포츠와 달리 탱고라는 음악안에서 상대방과 아브라소 Abrazo(영어로는 embrace 즉 포옹이라는 뜻이나 단순이 안기라는 동작 이상의 포용의 의미를 내포함)를 하고 함께 걸으며 음악과 감정을 교감하고 소통하며 춤을 만들어가는 대화에 가까운 춤입니다. 특별히 동작을 배우지 않아도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춤을 출 수 있어 흔히 죽는 날까지 출 수 있는 춤이라고도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탱고를 시작하게 만든 영화 여인의 향기 한 장면에서도 장님인 알 파치노가 탱고를 전혀 모르는 도나라는 여인과 멋진 탱고 한곡을 출 수 있는 이유도 이러한 교감을 통한 리드와 팔로잉으로 춤을 추기 때문에 가능한 이유입니다.

물론 아르헨티나 탱고도 쇼탱고와 같은 공연을 위해 화려한 동작이 포함된 에쎄나리오 Ecenario(무대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무대용・공연용 탱고를 칭함) 라는 장르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탱고를 추게한 영화의 한 장면 - 출처: 영화 여인의 향기>

 

댄스 스포츠, 스윙, 살사 등 파트너와 춤을 추는 여러 춤 중, 활동 인구가 가장 적은 아르헨티나 탱고이지만 그 춤의 매력은 깊이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춤의 끝판 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여가 시간을 갖게되고 AI와 로봇을 비롯한 기술의 풍요로움 속에 인간적 소외감을 많이 느끼게 될 앞으로의 시대에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아르헨티나 탱고를 즐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젠가 아르헨티나 탱고를 춥니다가 아닌 탱고를 춘다고 말해도 모두가 이해할 날이 오길 바라며 글로 배우는 탱고 첫번째 레슨를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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